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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한 주 기록] 6월 5일부터 6월 11일 간의 내 하루들 정리

by 조이사이 2023.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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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 평온한 하루

 오늘은 영등포에서 수업이 있는 날이다. 두 번째 만난 학생들인데도 친근하고, 수업에 열심히 따라와 주는 모습이 한없이 기특하고 사랑스러웠다. 벌써부터 학생들에게 애정이 생기다니!! 너무 감사했다. 학생들에게 내가 알려주고 싶은 것들을 가르쳐주고, 소통하다 보니 조금은 밀려 준비한 진도까지 못 했다..ㅎㅎ

 일찍 근무하고 퇴근하니 1시였다. 이렇게 일찍 끝나 오후 시간을 즐길 수 있다니!!! 집에 와서 엄마와 점심 식사를 하고 엄마가 사무실 다시 가시는 길에 같이 시장을 갔다가 날이 너무 좋고 엄마도 기분 좋으신지 사무실에 들어가기 싫다 하셨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설빙 데이트를 즐겼다.ㅎㅎ 엄마와 자주 빙수를 먹진 않는데 엄마가 먼저 다음에 다시 와서 다른 맛도 먹자고 하셨다. 엄마가 먼저 무언가 같이 하자는 모습도 너무 생소해 낯설면서도 귀엽기도 하면서 미안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들었다. 

 계획한대로 수업을 진행해야 했고, 퇴근 후에 집에서 수업 준비를 했어야 했지만, 내 감정을 몽글몽글하게 만들어준 학생들과 엄마로 인해 걱정과 불안, 초조보다는 행복과 감사, 기쁨이 넘쳐 온전히 기쁨에 집중하고 싶었다. 내가 그동안 표출했던 부정적인 나의 감정들이 어리석게만 느껴졌다. 나의 감정은 지극히 일시적인 것들이었다. 상황과 결과에 의해 흔들리는 일이 많다. 나는 그대로 같은 사람일 뿐인데 타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내가 바뀐 거라 여겼다. 나의 중심은 늘 불안정했다. 상황과 결과가 나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상황과 결과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의 일시적인 감정이 나의 삶을 좌우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내뱉는 언어 습관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을 자주 경험한다. 좋은 말을 하니 좋은 일이 생긴다. 나쁜 말만 했을 땐 삶을 그대로 부정했다. 나쁜 일이 있어도 좋은 말을 하니 새로운 시각, 새로운 움직임을 갖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나는 만들어져 가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 하루였다. 

엄마랑 설빙 데이트❤

 


6월 6일: 내 직장과 가까워지기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하루가 일찍 시작 된 기분이다. 아침에 당근 거래하고 와서 이른 점심을 먹고, 언교원 오티 자료, 수업 자료, 공유된 구글 드라이브들을 다 살펴봤다. 내가 맡게 된 3, 4급 중에서 4급은 오티를 참석해 어느 정도 파악은 됐으나 3급이 너무 막막했다. 혼자 골머리 싸고 있느니 물어보자 해서 내가 맡은 반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얼굴도 뵙지 못 한 상태로 전화로 먼저 인사를 하게 되어 민망하기도 하고, 내가 너무 초보적 질문을 난발해서 당황하셨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것만큼 바보 같은 행동은 없다고 생각한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모르는 것을 하나하나 다 물어보자는 마음으로 선생님께 간단히 안내를 받았다. 

 살아오면서 겪은 다사다난한 일로 사람에게 학을 뗀 경우도 많고, 인류애가 말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혼자가 편했고, 다수보다 소수를 좋아한다. 소수보다 혼자를 좋아한다. 그만큼 사람들과의 관계가 너무 피곤했다. 점점 성장하면서 내가 너무 편협한 생각과 시각을 가진 것을 깨닫고 부딪히게 된다. 그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음에도 나의 고정관념이나 고지식한 관념으로 거리를 두는 것 이상으로 나에게 향하는 관심이나 관계를 차단을 하곤 했다. 내가 남들을 차단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스스로 세상을 향해 차단되고 있는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깨달았다면, 좀 더 확장된 가치를 가졌다면 지금보다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조우할 기회가 많았을 텐데, 부족하고 유아적이던 모습이 새삼 안타까웠다. 

 궁금한 것이 있는지 물어보시고, 또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라고 하시는 선생님 덕분에 수업 준비하기 위한 밑 작업을 열심히 했는데 하루가 다 지났다. 내일 있을 센터의 수업 준비도 못 했는데 말이다. 여름 날씨 같이 갑자기 찾아온 나의 소중한 기회 안에서 또 새롭고 다양한 많은 기회들이 생긴다. 새로운 만남도 생긴다.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새로운 기회 안에서 내가 나를 형성해 가는 것이다.  오늘의 마무리는 인복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인복을 걷어 차 왔다는 것을 계속해서 반성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기로 한다. 

찍은 사진이 없어 올리는 책장 한 켠의 슬램덩크존 일부


6월 7일: 바쁜 현대인

 너무 갑작스럽게 바쁜 사람이 되어버렸다.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다가 육체가 지쳐가지 너무 고달프고 한량같았던 때가 그리웠다. 이리도 간사한 마음이라니! 평범한 사람처럼만 살고 싶다고 투정 부릴 땐 언제고 평범한 일상을 찾으니 회귀본능을 가진 것 마냥 참 별로였던 시절을 내려놓지 못한다. 이미 많은 것이 변했고, 많은 선물을 받았는데, 옛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노예근성을 갖고 살았다는 걸 새삼 새롭게 깨닫는다. 학교 OT자료 습득이 여전히 어렵고, 수업 준비도 여전히 어렵다.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너무 쉽게 생각했나 보다. 

 센터에서 수업을 하고 오면 내가 갖고 있던 선입견들이 정말 많았다는 걸 느끼고 온다. 한국어교육자로 살아가겠다고 했으면서 특정 국가 사람이라서, 특정 국가 그 사람들은을 입에 달고 살았다. 모든 사람은 다 같지 않다, 한 국가의 특징을 일반화해선 안 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내재되어 화석화가 진행되고 있던 것이다. 다 같은 사람이다. 어느 하나 내가 평가할 수 없는 소중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모국어가 아닌 한국어가 부족할 뿐이지 나보다 못 한 사람들은 없다. 내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뿐이지 한 사람의 인생을  왈가왈부할 자격은 없는 것이다. 어느 나라 사람인지, 그 사람의 상황이 어떠하든지 상관없이 한 명, 한 명 모두 소중한 인격체로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들이다. 

끝나지 않는 수업 준비, 강의 생활 숙지.. 자고 싶다..

6월 8일: 언교원 첫 출근!

 요 며칠 내내 계속 걱정과 불안 속에 살았다. 다문화센터는 부담이 크지 않았는데 기업같이 운영되고 있는 I대학교 언어교육원에서의 근무가 너무 걱정되었다. 첫 출근인데 수업이 있어 오티도 못 듣고, 사수 선생님은 격일로 출근해 만나지도 못하고, 하나부터 열 까지 물어봐야 할 것들 투성인데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 둥둥 떠있는 기분이었다. 

 우여곡절로 오전과 오후를 수업하고 정리하는데 만감이 교차했다. 수업하면서 바라본 창 밖의 벤치에서는  I대학교 재학생들이 공부를 하거나, 떠들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학생으로의 본분을 지키고 있었다. 나도 몇 개월 전까지는 석사 과정생으로 공부하고 있었는데, 물론 같은 대학교는 아니지만 이제는 학교에 공부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가르치러 학교에 가게 되었다. 대학교 강의를 하는 강사나 교수가 아니지만, 대학교 기관에서의 강사로 내가 서도 되는 자격이 되는지, 내가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사람인 것인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많이 부족하고 허점 투성이이다. 분명한 것은 나보다 더 좋은 능력이 있음에도 교단에 서지 못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 어쩌면 누군가의 자리가 되었을 수 있는 소중한 자리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은 절대 변하지 말아야겠다. 

출근길!


6월 9일: 행복만 가득한 요즘

 근무를 하게 되면서일까? 블로그를 하면서일까? 긍정적으로 마음을 많이 바꾸게 되었다. 더 넓게 많은 생각을 하려 하고 과거에, 현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럴 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도 많이 갖게 되었다.

 다문화센터 출근하는 길에는 면접을 갔을 때부터 센터로 가는 길에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길을 지나쳐야만 센터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먼지가 많이 나고, 시끄럽고, 매번 왔다 갔다 해야 하는 불편한 이 길을 너무 싫었다. 출근길이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오늘도 출근 중에 공사현장을 거쳐가며 공사현장 바로 앞에 있는 편의점을 잠시 들렸다. 편의점의 사장님은 몇 주 째 진행되고 있는 편의점 앞에서의 공사로 충분히 시끄러워 불편할 수도 있고, 손님들을 이용에도 불편할 수 있어 매출에 문제가 있을 법한데도 당황스러울 정도로 환한 웃는 얼굴로 계셨다. 그리고 나가면서도 '감사합니다'라는 나의 말에 '조심히 가세요'라 대답해 주셨고, 또다시 감사하다는 나의 대답에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라며 끝까지 좋은 말을 건네시며 웃으며 인사해 주셨다. 오늘 처음 방문한 편의점이었고, 이전에 일면식이 있는 편의점 사장님도 아니다. 이른 시간이라 피곤하거나 기분 좋게 있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 확실한데도 사장님은 너무 평온한 얼굴을 비추고 계셨다. 잠시 방문한 나만 해도 시끄러운 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나는 분명 상황을 불평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말로 인사만 하고 끝을 냈을 것이다. 불평을 해봤자 어쩔 수 없는 것이란 것을 사장님은 아셨던 것일까. 나는 거주하는 사람도 아닌 잠시 지나가는 시민일 뿐이다. 아침부터 진행되는 공사도 당연하게 보수되어야 할 부분이었기 때문에 내가 불편하다고, 시끄럽다고 불만을 표했어도 나의 감정과 무관하게 공사는 끝까지 진행된다.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해야만 하는 공사이기 때문에 나의 화는 소용없는 일이다. 공사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피곤해서 그런지 무슨 헛소리를 길게 늘어놓은지 모르겠다. 여전히 나는 별 것 아닌 일에 화를 내고, 별 것 아닌 일에 예민하게 행동할 때가 많다. 내가 화를 낸다고 해서 변하지 않는 상황도 있다. (물론 화를 내야 하는 상황엔 화를 내야 할 테지만.) 또한 그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내가 불편해하는 그 일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도 있는 것이다. 그저 발생한 어떠한 일에 무지성으로, 감정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 어리석다는 걸 알면서도 늘 습관처럼 잊고 다시 되풀이하며 곱씹게 된다. 

정신이 없어 찬물에 타버린 커피에도 '아 그럴 수 있구나'


6월 10일: 공급은 했으나 수요가 없는 하루

 엄마가 아침에 급하게 볼 일이 생겨 지인을 만나러 가셨다. 엄마 나가는 소리에 깨서 혼자 있으니 수업 준비나 해야겠다 싶어 아침부터 컴퓨터를 켰으나 수업 준비 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내가 필요한 자료를 제공받지 못한 이유도 있으며, 준비를 했는데도 정리가 되지 않아 준비를 안한 것 만도 못한 상황이 되었다. 하루종일 노트북을 켜놓고 있었고, 나는 분명 노트북 화면을 계속 주시했는데도 결과물이 하나도 없다. 

 예전 같으면 결과 없는 하루가 허망하고 아무것도 해내지 않은 자신에게 악담을 해댔을 것이다. 왜 이렇게밖에 못 살고 있는지, 왜 이 좋은 날을 허비하고 있는지, 남들과 비교하며 자아를 깎아내고 잠들기 전까지 한숨만 쉬다 잠들었을 것이다. 지난 한 주를 돌아보니 이미 많은 것을 했고, 많은 일들이 지나갔다. 내 페이스를 찾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맡아서 빠짐 없이 해왔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것이다. 하루 쯤은 결과가 없어도 괜찮다. 오늘 한 것들이 또 차후에 생겨날 무언가의 밑 천이 될 것이다. 받지 못 한 필요한 자료는 사수 선생님들께 요청하면서 또 선생님들과 관계를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 본다. 결과는 없어도 오늘도 바쁘게 지냈으니까 괜찮다!

또 찍은 사진이 없어서 찍은 며칠 사이에 업그레이드 된 나의 슬램덩크존


6월 11일: 끝장나게 쉬어주기

 오늘은 노트북도 될 수 있으면 최대한 미뤄서 키기로 했고,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정말 아무 것도 안 했다. 우울하게만 만들던 아무 것도 안 하는 일이 이제는 너무 특별하고 소중하게 느낀 하루다. 소중한 하루하루! 내일 수업은 어제 충분히 준비해 두었기 때문에 오늘 하루는 일찍 문 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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