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7일: 월요일의 시작은 지침.
다문화 학생들이 숙제를 다 틀렸다. 응용을 하지 않고 배운 것만 반복을 해서 다 틀렸고, 복습을 할 때도 전부 다 틀렸다. 완전 초급반이라 평소보다 진도도 오래 나가고, 반복을 했는데도 다 틀렸다. 내가 가르치는 방법이 틀린 것인가 회의감이 너무 들었다. 게다가 중급반 학생들도 말을 안 들어 거의 무표정으로 수업을 하다시피 했다. 나의 기분을 알았던 학생이 커피를 사주고 싶다고 가는 길을 돌아 커피 한 잔 사주고 갔다. 너무 고맙고 위로가 되었는데 특히 이 학생에게는 더욱 미안했다. 너무 열심히 하고, 왜 공부하려는지 목적이 뚜렷한 학생이기에 더 좋은 수업을 받을 수 있겠지만 주변 학생들로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회의감이 많이 드는 하루다. 나는 무엇을 가르쳤는지, 나는 그저 돈 버는 시간으로만 수업 시간을 때운 것도 아닌데 학생들에게 남아있는 것이 없는 것 같아 너무 속상하고, 지쳤다.
언교원에서도 학생들이 그런 걸까 걱정되었다. 무료로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닌 비싼 수업료를 내고 듣는 학생들이기에 그만큼의 수업을 제공하고 있는지도 많이 걱정되었다. 언교원의 교재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나도 준비하지 않으면 놓치는 부분이 많을 정도로 수준이 어려워졌다. 언교원도, 다문화센터도 나의 수업 방식에 변화가 필요한 걸까?
7월 18일: 빠듯한 화요일
오늘은 언교원 담임 선생님의 부탁으로 일찍 가서 학생들의 숙제 검사를 해야 했다. 처음엔 언교원이 냉랭하고, 무서워서 정이 붙지 않았는데, 이제는 너무 편하고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 되었다. 근무시간 외에 일을 하게 되어도 상관이 없어졌다. 학생들에게도 정이 많이 들어서 얼마 남지 않은 학기가 아쉽기도 하다. 일찍 가서 있는 만큼 준비하는 시간도 충분했다. 그러나 오늘은 4시간 수업을 하면서 다섯 과목을 수업해야 했다. 나도 힘들지만 학생들은 넘쳐나는 수업 양에 지쳤다. 게다가 문법이 두 시간이 있어서 학생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나는 수업 내내 미안하다. 선생님도 이러고 싶지 않다. 어르고 달래 가며 수업을 했다. 결국 답 확인 하는 걸 못 하고 수업을 끝냈다. 아무래도 경력이 부족하기에 수업 내용은 많은데 학생들이 지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도 되고, 수업 중에 당황하기도 했다. 사탕이라도 준비해야 하나, 원체 재미있는 말솜씨가 있는 게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도 재미있는 분위기가 되지 않을 것 같다는 고민도 계속했다. 수업 이외에도 학생들과 더 좋은 소통, 좋은 분위기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을 더 해야 할 것 같다.
7월 19일: 나도 화를 낼 줄 아는 사람이었다.
다문화 수업이 점점 지쳐간다. 처음에는 나의 첫 학생들이라 너무 좋고, 정이 들었는데 비교대상이 생기니 너무 지치게 되었다. 한국어 공부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언어교육원의 학생들과 태도가 너무 다르다. 수업시간에 핸드폰 게임이나 SNS 하는 건 당연지사고, 당연하게 자기네 나라 말로 떠드는 것이, 그것도 목소리도 크고 억양도 강해서 내 말이 묻히면서 점점 힘들어졌다. 오늘 결국 내가 예뻐하던 학생,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지만 시키면 곧잘 하는 학생에게 대노를 했다. 화내는 것이 나에게 상당히 지치고 큰 에너지 소모가 필요하기에 살면서 크게 화를 낸 적이 없다. 무시를 했다면 무시를 했다. 핸드폰 넣어라, 설명 중이니 조용히 해라. 수없이 반복해 외쳤다. 한 학생에게. 그 친구는 내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또 떠들기 시작해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 내 화를 내었다. 그제야 분위기가 파악됐는지 잠잠해지고 고개를 연신 푹 숙이고만 있었다. 한국어 실력이 나쁘지 않은 학생이었기에 학생이 문제를 풀지 않아도 크게 터치하지 않았으나 설명을 듣는 다른 학생에게 피해가 가는 상황이기에 나도 예민해져 결국 화를 내고 말았다. 나도 내가 화를 내면서 깜짝 놀랐다. 내가 화를 낼 수 있구나 싶었다. 이 일을 하면서 나도 모르던 내 모습을 만났다. 내가 알지 못했던 나의 화내는 모습. 결국 수업에서 내 감정이 앞선 채로 마무리했고, 수업이 끝나고 학생과 대화로 이야기하며 나 또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마무리했다.
돌아오는 길에 복잡한 마음이 또 섞였다. 수업은 수업이고 내 감정은 감정이기에 내가 화낸 것이 맞는 것인지, 세상 모든 선생님들은 화나는 상황에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마음이 꽤나 무거웠다. 엄마에게도 말하니 수업과 감정은 배제해야 더 어른스러운 것이 아닐까라고 엄마도 말씀해 주셨다. 엄마의 말에 크게 공감했고, 같은 마음이었다. 이런 상황이 앞으로 또 없으리라고는 보장할 수 없다. 그때에도 화를 낼 것인지, 화를 내는 것과 다른 다른 방식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을 더 해봐야 할 것이다.
오늘 오랜만에 대학원 때 같이 공부하고, 친하게 지냈던 선생님들과 줌으로 만났다. 너무 마음 편한 선생님들. 언제나 응원해 주고, 기쁜 일에 함께 기뻐해주는 선생님들! 모두 잘 되셨으면 좋겠다!!
7월 20일: 배터리 방전 직전!
목요일은 가장 즐거우면서 가장 힘든 하루다. 많은 학생들을 만날 수 있으면서 그만큼 수업을 많이 하기에 쉴 수도 없고, 목도 많이 사용하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다. 그래도 오늘은 점심을 동기 선생님들과 빠르게 해치(?) 울 수 있어서 힘이 좀 나는 듯했다. 오늘 수업도 준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점점 포스팅을 놓치고 있다. 게을러진 것도 있겠지만 시간도 부족하고, 몸이 너무 지쳐간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힘들게 버티고 이번 주의 마무리를 달리고 있다. 너무나 힘들고 힘든 한 주인 것 같다.
7월 21일: 결국 배터리 방전!
오늘 수업 다녀오고 계획은! 다음 주 수업에 사용할 자료들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주는 뭐가 그렇게 힘들고 지쳤는지 오늘 하루 종일 뻗어버렸다. 온몸에 기운이 없다. 그래서 오늘은 모든 것을 다 미루고 충전하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 오랜만에 HW 선생님과 통화했다. 대학원 공부하면서 나에게 없었으면 안 됐을 선생님! 졸업하고도 언제나 나에게 힘을 주고, 기도해 주고 너무 고맙다. 선생님과 꼭 같은 곳에서 근무하는 날을 기약하며 준비하기로 했다!
7월 22일: 가족들과 외식
오늘 외숙모께서 가족들을 모두 모으셨다. 맛있는 식사를 대접해 주신다고 하셨다. 그래서 오빠와 올케와 엄마와 함께 또 강화에 다녀왔다. 우리 가족들은 강화 집에서 식사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외식할 때마다 새로운 기분이다. ㅎㅎ 정말 맛있는 고기를, 그것도 비싸고 맛있는 소갈비를 배 터지게 먹었다.ㅎㅎ 잘 먹고 와서 집으로 들어가 사랑하는 우리 조카랑 신나게 놀아주었다. 언제 이렇게 많이 컸는지, 1년도 안 되었는데도 예전 갓난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ㅎㅎ 언니와 추억에 젖었다가 너무 편안해 잠이 들었다. 그리고 집으로 오는 길에 또 비가 심하게 내렸다. 또다시 장마가 시작이라 한다. 올해 특히 피해가 많은 것 같아 걱정도 되고, 씁쓸한 마음이다. 이번 장마는 얌전히 무사히 지나가길..
오늘도 이번주의 피곤이 누적되어 있는지 어서 자야겠다...
7월 23일: 피곤 제발 사라져!
오늘 일찍 일어났는데 편두통이 좀 있어 침대에 누워있다가 일어났다. 빗소리가 들리고, 적절한 자연 채광에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으니 너무 편안했다. 이런 평안을 얼마 만에 누리는 건지.ㅎㅎㅎ 아침에 간식 겸 감자와 토마토 주스를 마시고 두통 때문에 약을 먹고 잠이 들었다. 잠을 자고 났더니 두통은 좀 나아졌지만 피로는 여전했다. 점심을 먹고도 기운이 나지 않아 결국 침대에 올라갔다. 절대로 잘 때 빼곤 침대에 안 눕는데 오늘은 침대에서 벗어나질 못 했다. 오늘 하루 종일 잤다. 오늘도 수업준비 계획이 빠듯했으나 하질 못 했다. 에라 모르겠다. 내가 살아야 수업도 가능한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오늘 푹 쉬어야겠다. 새로 시작하는 한 주도 살아야 하니 오늘까지 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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