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일: 나에게 관대하지 못함을 깨달은 날
오늘 센터 오티가 있는 날이었다. 급수가 다 다른 학생들이 모여 있는 반이지만 첫날이라 한 번에 모여 오티하고, 게임하면서 일찍 끝내고 같이 아이스크림이나 커피를 마시는 시간 가지려 했다. 그러나 센터 규정이 있다는 걸 모르고 행한 행동이라 결국 지적을 받고 정시에 마치게 되었다. 여러 감정이 일어났다. 즐거운 시간을 갖고 난 뒤에 한 순간에 꺼지게 되어 온 실망감, 충분히 이해했는데 7~8번이고 계속 반복되는 지적에 대한 분노, 기대했을 학생들에 대한 미안함과 민망함, 무엇보다 실수한 나 스스로에 대한 분노가 가라앉질 않았다. 내가 왜 그랬을까, 왜 여기서 이런 실수를 했을까 이 같은 생각이 반복되었고, 결국 퇴근 후 황금 같은 시간을 기분 전환하는 시간으로 모두 사용하고 말았다. 이번 주에 언교원 중간고사가 있어서 할 일이 정말 많았음에도 말이다. 예전에는 단 음식이나 매운 음식으로 기분 전환을 했는데, 정말 좋지 않은 습관인 것을 깨닫고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지금으로서 가장 좋은 기분 전환 방법은 잠을 자는 것. 물론 자고 난 뒤에도 완벽하게 풀리는 것은 아니다. 그나마 잠을 조금 자고 나서 기분이 어느 정도 나아졌으나 나에게 관대하지 못 한 나를 돌아보며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 생각해 본다. 사람이라 실수는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늘 생각하고 살았는데, 오늘의 사소한 실수가 마치 내가 저질러서는 안 될 중범죄 같이 느껴졌다. 충분히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었는데도 말이다. 나를 너무 가혹하게 하지 말자. 나는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란 것을 애초부터 알고 있다. 내 마음에 생긴 미움이나 나쁜 감정들을 비우는 연습을 하자.
7월 4일: 바쁜 화요일
화요일은 오전 수업하고 수업 준비도 부담이 없기 때문에 가장 좋아하는 날인데 오늘은 수업이 끝나고 6시간 넘게 학교에 있었다..하! 내일 수업 준비는 하나도 못 한 상태! 이번주는 언교원 중간시험이 있는 날이라 시험지 복사 및 준비를 해야 해서 학교에 오래 남아있어야 했다. 내 실수로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필요한 자료들이 부족해 시험에 지장을 줄까 조마조마, 노심초사하며 열심히 숫자도 세어보고 반복했더니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리고 종이 낭비도 정말 많이 했다. 이 정도의 낭비면 종이 빨대도 나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이고, 많은 것을 경험하는 기회이다. 긴장하지 말고, 실수에 대해 너무 겁먹지 말자!
오늘 오래 계신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녹록치 않은 환경이란 게 생경하게 다가왔다. 하하.. 우선 현재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지!
학생들이 점점 나를 편하게 대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은 하루였다. 지각할 때마다 문을 닫고 못 들어오게 장난을 치곤 한다. 오늘 쉬는 시간에 자기소개서를 봐달라는 학생 옆에 앉아 자소서를 봐주고 있는데 유독 지각을 많이 해 장난을 많이 받은 학생이 내가 없는 줄 알고 선생님 오시기 전에 문을 잠그자고 했다. 잉? 나 여기 있는데? 다들 빵 터져버렸다.
너무 착하고 모범생 1등인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이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는데 쉬는 시간이 끝나고 들어오질 않았다. 쉬는 시간 10분동안 옆 건물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라면을 먹고 있다고 했다. 그래, 이른 아침에 밥도 못 먹고 공부하는 데 얼마나 힘들까 넘어가려 하다 장난 한번 쳐줘야겠단 심보가 들었다. 그 책상 위에 있는 친구의 아이패드를 살짝 숨겼다. 학생들은 별 다른 관심이 없는 듯 반응이 없었다. 그리고 수업을 시작하니 아이패드 주인이 들어왔다. 늦어서 죄송하다길래 어서 앉으라 하니, 학생은 아이패드가 사라진 걸 발견해 당황해했다. 그러자마자 가만히 있던 학생들이 누구 하나 가만히 있지 않고 '아이패드를 편의점에 두고 온 것 아니냐, 집에 두고 온 것 아니냐, 편의점 빨리 가봐라' 모두가 하나가 되어 한두 마디씩 던지며 친구를 혼란스럽게 했다. 다들 가만히 있더니 한 마음이 되었다. 아이패드 주인이 너무 귀여운 반응을 보이길래 다시 돌려주고 수업을 시작했다. 오히려 숨길 땐 반응이 없어 나만 재미있을 줄 알았더니 학생들 모두 장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다. 선생님의 장난에 모두 하나가 되어 주었다.
7월 5일: 시험준비
내일 언교원 중간시험 대비 복습하는 날이다. 부지런히 복습지를 정리하고 부족한 설명을 공부해야 했다. 집에서는 분명 늘어질 것이기에 오랜만에 카페 가서 공부를 했다. 새삼 묘했다. 공부하는 것을 싫어하던 사람인데, 공부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다니. 계속 공부하고, 발전해야 하는 일을 하게 되어 너무 감사하고 감사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혠니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만나면 제일 마음 편하고 즐거운 혠니. 내가 너무 바빠 오랜 시간 함께하지 못 해 아쉽고, 미안하고, 얼굴 보러 카페까지 와줘서 고마웠다.
너무 오래 카페에 머문 거 같아 혠니와 카페에서 나와 집을 가려 했다. 혠니를 보내고 집에 가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집중을 못 할 거 같아 다른 카페를 또 가게 되었다. 환경을 바꾸어가며 공부를 하는 너무 열성적인 모습이 신기했다. 그나저나 내일 학생들한테 실수 없이 가르쳐야 할 텐데 걱정이다.
7월 6일: 복습의 날
드디어 내일이 언교원 중간시험 날이다.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빨리 다 알려주고 싶어 시간 관리도 못 하고 정신없이, 목소리 터져라 수업을 진행했다. 4급뿐만 아니라 3급 학생들까지 모두에게 대비 수업을 해야 해서 너무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도 선임 선생님들의 배려로 4가지 영역을 다 준비하지 않고 듣기를 위주로 준비할 수 있었다.
그냥 당연한 거라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너무 좋은 환경, 너무 좋은 선생님들, 좋은 배려를 받으면서 일하게 되었다. 다른 선생님들의 이야기로는 근무 시간도 선택지가 없다, 눈치만 주신다, 혼나기만 한다 등의 어려운 상황을 토로하곤 한다. 나는 사실 외로운 것 하나 빼고는 급수도, 시간도 배려해 주셨고, 실수해도 괜찮다 넘어가 주신다. 이런 현상이 당연한 것이 아닌 것이다. 나는 운도 좋고, 복도 받은 것이다. 감사하는 것을 잊지 말자.
나의 첫 I대학교 언교원의 학생들이기에 시험 전 선물을 주었다.ㅎㅎ 약과, 쌀과자 같은 한국 간식들을 소분해서 선물해 줬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ㅎㅎㅎ 너무 좋아해 주니 나 또한 기뻤다. ㅎㅎ 물론 적은 비용이 들어간 것이 아니기에 부담은 조금 됐으나 학생들이 기뻐하니 전혀 문제 되지 않는 부분이다. ㅎㅎ 그러다 기쁜 마음에 1~5등까지 선물 주겠다 발언을 해 버려서 뒤늦게 큰일 났다 싶긴 하다. 그래도 우리 학생들한테 아까운 건 없다!ㅎㅎ
7월 7일: 학회가는 날!
오늘 다문화 센터 초급 학생한테 사진을 선물 받았다. 본인의 증명사진을..ㅎㅎ 증명사진 받아보는 것 오랜만이다.ㅎㅎ 본인을 잊지 말라고 줬는데 잘 간직해 줘야겠다.ㅎㅎ 잘해주지도 못하는데 이 친구는 마음을 활짝 열어 주고 있다. 너무 고맙고 미안한 친구 중에 한 명이다.
어제 열변을 토하며 수업을 했는지 목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수업을 걱정했으나 무사히 다문화센터 수업을 마치고 서울시립대학교로 갔다. 몇 주 전에 신청한 학회를 가기 위해서! 얼마 만에 접하는 연구며, 학회인지!! 맘이 두근두근 했다. ㅎㅎ 석사 과정 때 단짝 해주셨던 HW 쌤과 함께 신청했어서 연락을 했더니 선생님은 먼저 도착해 있었다.
선생님과 오랜만에 물론 타학교이지만 캠퍼스에서, 논문을 이야기하고 학문적 대화를 나누니 옛날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ECC에서 늘 만나서 커피마시고, 밥 먹고, 공부하고, 만나고 했었는데 이제는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응원하며 기도해 주는 것이 전부가 되었지만 그때 그 시절의 경험, 공부, 그리고 선생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또 한 번 감사를 느꼈다!
학회의 규모에 비해 열악한 환경이라 불편한 것이 다소 많았지만 훌륭하신 교수님들, 선생님들 만나 이야기 듣고 간접 경험한 것 같아 행복했다. 무엇보다 HW 쌤 만나서 너무 행복했다. 정말 훌륭한 어른 같은 HW쌤. 나중에 만나서 취업턱 제대로 사드려야지!!
7월 8일: 학회 2일차
아니나 다를까 어제 신나게 수다를 떨어 목이 당최 나아지질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더 심해졌다. 그래도 학회를 안 갈 수 없기에 이른 아침에 부지런히 준비해서 다시 회기역으로 향했다. 1호선은 정말 새로운 별인 것 같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석사 할 때 1호선 타면 더 빨리 본가에 갈 수 있었으나 1호선에 (정말 다양하고 새로운 종족 같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다른 라인을 타고 다녔었다. 오랜만에 1호선의 광경을 보니 새로웠다. 리프레시하는 기분이랄까.
오늘은 어제 오지 못했던 선배 선생님도 학회에 오셨다. 너무 도움을 많이 줬던 반가운 선생님.ㅎㅎㅎ 무엇보다 석사 과정 때 수강했던 수업의 교수님들이 토론 프로그램에 이름이 올라와 있어 놀랍고 당황스럽고 반가웠다. 나의 지도 교수님은 아니지만.ㅎㅎ
박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종종 하곤 했으나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익히 들어서 아직도 자중하고 있다. 물론 연구 주제를 생각한 것도 없어서가 더 크다. 그러나 훌륭한 분들의 연구를 들어보니 나도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나도 저들처럼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컸다. 그동안 살면서 공부를 너무 안 했기 때문에 내가 부지런히 해야 할 공부들, 해야만 하는 공부들이 산더미이다. 내가 즐거운 것을 하나 둘 줄여나가야 할 시기인 듯하다. 나의 삶을 내가 책임지기 위해서 남은 시간들을 위해서 내가 더 행복하고 풍성한 삶을 살고자 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무익한 것을 포기하고 유익한 것으로 채워가며 변화를 꿈꿔야 하는 때가 온 것 같다.
7월 9일: 주말의 마무리는 시골..!
시골에서 복날이라고 닭백숙 먹으러 오라고 하셨다. 이틀 동안 학회 다녀오고, 목도 아파 고된 아침이라 가기 싫었으나 외숙모의 닭백숙이면 열 일 제치고 다녀와야 한다!!ㅎㅎ 아침에 비가 조금씩 와서 운전도 조심히 해야 했다. ㅎㅎ 운전이 점점 부드럽게 나가는 것 같아 뿌듯하다. ㅎㅎ 무엇보다 출차, 주차도 하는 것은 엄청난 발전이다.ㅎ 물론 아직 댓 번 나왔다 들어갔다 해야 하고, 삐뚤게 주차를 하긴 한다.
시골에 도착하자마자 날 환영해 주러 두꺼비가 나왔다고 외숙모가 이야기하셔서 봤더니 정말 두꺼비가 있었다! 두꺼비를 시골에서 처음 보는 것 같다.ㅎㅎ 시골 마당 계단 틈에 살고 있었다. 월세는 내고 사는 거니?ㅎㅎ 그리고 외숙모는 삼촌한테 밭에 가서 옥수수를 따오라고 하셨는데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고 하셨다. 그리고 삼촌은 바로 나에게 같이 옥수수 따러 가자 하셨다.ㅎㅎ 손녀가 태어나서 삼촌의 사랑은 이제 다 규림이에게 양보해야겠다 싶었는데 그래도 아직 삼촌은 조카에게 주실 애정이 남아 있으신가 보다.ㅎㅎ 너무 소중한 우리 삼촌! 올해 농작물이 망친 것 없이 전부 풍년이라 다행이다!ㅎㅎ 옥수수도 너무 맛있게 익었다!ㅎㅎ
오늘의 가장 중요한 닭백숙!ㅎㅎ 1인 1닭을 하기엔 너무 큰 닭사이즈에 찹쌀도 엄청 많이 넣어주셨다.ㅎㅎ 큰 찜통에 몇 시간을 고았는지 국물도 잘 우러나오고, 고기도 잘 익고 오랜만에 닭백숙 너무 맛있게 먹었다.ㅎㅎㅎ 본인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남들 입에 들어가는 것을 더 기뻐하시는 우리 외숙모.ㅎㅎ 우리 외숙모가 나의 외숙모라서, 우리 삼촌이 나의 삼촌이라서 너무 좋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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