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엉겁결에 사 오게 된 책 [조선잡사]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했던가. 선조들은 각자의 위치와 각자의 자리에서 가장 적합한 직업들을 갖고 살았다. 그 직업이 비록 선비나 양반들에게 무시를 당하거나, 돈을 많이 벌지 못 한다 해도 지금 당장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선택해서 살아간 모습을 볼 수 있다.
1부: 일하는 여성
당장 근 10년 전만이라 해도 여성들은 집안 살림을 하는 사람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존재했다. 조선 시대라고 해봐야 더하면 더 했지, 다를 것은 없을 것이다. 일반화는 좋지 않으나 조선시대의 여성이라면 바깥양반을 모시며 집안일을 하는 것을 먼저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삯바느질을 직업으로 일삼은 여성, 군관을 돕는 가사 도우미인 방직기, 화장품을 파는 매분구 등 옛 여성의 사회적 활동 영역을 볼 수 있어 조선시대의 여성이라는 뻔한 선입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부분이다.
2부: 극한 직업
현재는 많은 개발과 발달로 위험을 무릅쓰고, 목숨을 걸고 하는 직종은 많이 사라진 상태이다. 조선시대의 경우 한 치 앞을 모르는 상황에서도 직업이라는 이유로 내려놓지 못하는 직업군들이 존재한다. 사형을 집행하는 회자수, 천대를 받으며 살아야 했으나 지금의 워라밸을 지키며 살 수 있던 땅꾼, 영화 '대호'와 같이 호랑이와 싸우며 사냥을 해야 했던 착호갑사가 이에 해당한다. 반인류적 행위도 마다하지 않고 행해야만 했던 그들의 고단한 삶의 방식을 볼 수 있다.
3부: 예술의 세계
연예계는 근현대의 문화가 아니다. 조선새디부터 이어져 오던 문화가 결국 K-POP이라는 현재의 모습을 낳은 것이다. 한 수를 어떻게 두느냐 마느냐로 돈을 벌었던 프로 바둑 기사인 기객, 스탠딩 코미디를 전문으로 하는 재담꾼, 지금의 가수로 볼 수 있는 가객, 마술사로 볼 수 있는 환술사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삶 속에서 웃음, 즐거움을 잃지 않으려 했던 것은 그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여가의 활동으로 공연을 보거나, 또는 그들의 애환을 악기로 연주하며 달래기도 했다.
4부: 기술자들
지금과 마찬가지로 기술자들은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살았다. 플로리스트인 화장, 가장 화려함을 보여준 가체장, 조선의 제일가는 붓을 만드는 필공같이 한 분야만을 파고 전문인이 된 기술자들이 있다. 왕실의 권위로 인해서 충분한 대우를 못 받는 경우가 있기도 했으며, 그 시대에 감당할 수 없을 거라 생각이 드는 가치의 돈을 필요로 하는 기술을 요하는 직업군도 존재했다.
5부: 불법과 합법사이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 아니였나싶다. 합법인 듯하면서도 불법으로 보이는 일을 일삼아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흥부와 놀부전에서 대신 매를 맞아주던 일이 실제였다는 걸 보여주는 매품팔이, 익히 들어온 거벽, 대리 군의무를 지는 대립군 등 사람들이 이렇게 까지 처절하게 살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6부: 조선의 전문직
전문직이나 전문직으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며, 능력에 비해, 혹은 하는 일에 비해 안타까운 현실을 살던 이들을 있다. 수학에 능해 회계 업무를 담당하던 산원, 예쁜 글씨를 써주는 서수, 변호사로 백성들을 도왔던 외지부가 바로 조선의 전문직종들이다.
7부: 사농공상
돈을 직접 만지는 것을 금기하는 양반 나리들께서 장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았을까. 조선 시대에 상인들은 돈을 많이 벌 수 있었으나 신분의 한계를 넘지 못 한 건 여전했다. 소금을 파는 염상, 부동산을 중개하는 집주름, 세마꾼, 보상과 부상을 함께 부르는 보부상이 이에 해당한다.
신분의 그늘 아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명확히 찾으며 살아갈 궁리를 찾는 것이 어쩌면 오늘 날의 직업 선택 방법보다는 지혜로워 보인다. 3D 직종은 멀리하는 것이 최후의 선택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직업의식을 갖고 그들만의 직업을 존중하며 살아왔음을 볼 수 있다.
또한 현재나 오늘이나 살아가는 요소가 조금씩 발전했을 뿐 그들의 사는 모습과 우리가 사는 모습은 큰 차이가 없다. 그들도 즐기고 싶을 때 공연 등으로 즐기며 살았고, 한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암묵적인 규칙을 지키며 살았다.
직업에 귀천을 따지는 것이 당연하다 볼 수는 있으나 기준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다. 그들이 살아가는 삶에서의 기준에서 그들의 직업은 귀하디 귀한 일이었음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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